국내파로 영어공부한 지 어느새 4년이 넘었습니다. 정말 잘하고 싶은 마음에 공부를 시작했지만 그 과정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방법을 알아도 여전히 영어를 잘하기까지의 시간은 멀고도 멀지만,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겪는 시간을 줄여드리고자 영어를 잘하게 된 지금 만약 내가 초보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영어공부를 시작할 것인가에 대해 글을 써보겠습니다.
1. 영어공부 초반에 인텐시브(intensive)한 공부 기간을 꼭 가져라
영어공부를 한 번 시작하면 꾸준히 해야 한다는 사실 다들 아시죠? 그런데 하루 10분씩, 혹은 30분씩 영어공부한다고 해서 충분할까요? 영어를 잘하게 된 지금 저는 하루 10분, 30분만 공부해도 충분합니다. 그건 제가 이미 영어라는 언어의 구조를 이해하고 한 문장을 보더라도 단어나 표현을 습득하는 스펙트럼이 훨씬 넓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영어공부를 막 시작한 초보도 그럴까요? 매일 10분 영어공부를 하는 것이 물론 안 하는 것보다야 백번 낫지만 하루 10분이라는 적은 시간은 초보자에게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최소한 영어의 문장 구조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준이 될 때까지는 초반에 집중적인 공부시간을 확보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영어라는 인풋을 우리 뇌에 쉬지 않고 집어넣어서 넘치는 수준이 되어야만 비소로 그 넘치는 양만큼 이 아웃풋이 되어 결과로 나타날 수 있는데 인풋을 찔끔 넣으면 그 양이 다져지기도 전에 사라지는 속도가 더 빨라서 아무리 인풋을 넣어도 흘러넘치는 수준까지 도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학생이라면 방학 한 달이나 두 달 정도 시간이 있을 때, 직장인이라면 초반에 힘들어도 몇 달 정도 출퇴근전후, 주말까지 최대한 많은 인풋을 습득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2. 내 수준에 맞는 자료로 공부하자
영어공부 방법을 추천하는 분들의 공통적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내 수준에 맞는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만큼 간과하기 쉬운 문제이기도 합니다. 저는 영어공부 초반에 제 실력을 너무 과신해서 수준을 한참 넘어서는 cnn, bbc 뉴스기사나 Ted 자료를 가지고 허덕이면서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 책이나 만화자료는 너무 시시하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사실 아이들 자료라고 해서 거기 나오는 문장을 입밖으로 뱉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 정도 문장을 구사할 수준이 안되는데 제 능력을 한참이나 과대평가한 것이죠. 이 방법의 문제점은 바로 공부를 쉽게 포기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저번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영어공부를 위한 두가지 필수 조건 중 하나가 끈기인데 쉽게 포기해 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3. 방법을 정했으면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자
언어를 공부하는데 있어 반복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어떤 단어나 문장을 한 번 보고 우리 뇌가 기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럴 수 없기 때문에 반복만이 영어공부를 성공할 수 있는 비결입니다. 그렇다고 외운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제가 권하는 방법은 그냥 여러 번 보는 것입니다. 원서일 경우 두 번, 세 번, 다섯 번씩 반복해서 읽고, 미드나 영상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똑같은 에피소드를 반복해서 한 번 시청해 보세요. 그러다 너무 지겨워지면 다른 에피소드로 넘어가면 됩니다. 2개쯤 다른 에피소드를 보다가 다시 처음걸로 돌아와서 한번 더 시청해 보세요. 그럼 느낌이 또 다릅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외워집니다. 내가 힘들여서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영어공부를 하면서 한 번도 외운단 생각은 한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공부한다고 해서 내가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반복해서 본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도 생각을 한 번 바꿔보면 어떨까요?
4. 한 가지 영역에만 집중되는 공부를 하지 말자
언어는 대표적으로 4대 영역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Reading, Listening, Writing, Speaking이죠. 혹시 공부할 때 리딩 따로 리스닝 따로 라이팅 따로 스피킹 따로, 각 영역을 따로따로 공부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당장 네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공부법으로 바꿔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예를 들어 원서를 읽는다고 할 때, 원서읽기는 대표적인 리딩 방법이니 리딩은 당연히 공부하게 되겠죠? 오디오북을 활용해서 원서를 읽을 때 들으면서 읽으면 리스닝이 추가가 됩니다. 거기다 책을 읽을 때 한 챕터 정도를 소리 내서 오디오북을 따라 크게 읽으신다면 스피킹도 훈련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을 때 내가 잘 쓰겠다 싶은 표현이나 단어가 나오면 따로 단어장에 옮겨 적었다가 해당 문구를 다른 단어로 바꿔서 문장을 만들어본다면 라이팅 훈련 또한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한 가지 방법을 선택한다고 해도 모든 영역을 골고루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추가하면 훨씬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5. 문법이나 단어공부를 따로해서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
제가 영어공부를 시작할 때 단어를 너무 모르는 것 같아서 단어장을 한 권 구매해서 단어만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단어를 일단 공부해 놓으면 미드를 보거나 원서를 읽을 때 해당 단어를 찾지 않아도 될 것 같았거든요. 제가 반복을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이 책도 진짜 여러 번 봤습니다. 외우진 않고 그냥 외워진다고 생각할 때까지 한 10번 정도는 반복했던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서 미드를 보고 원서를 봤는데 웬걸? 이 단어책에 나왔던 단어인데 뜻은 어렴풋이 기억이 나지만 그 문장에 쓰인 뜻과 매칭이 안 되는 경우가 너무 많더라고요. 만약 제가 단어장을 따로 공부하지 않았더라면 아 저 상황에서 이렇게 쓰는구나 하고 넘어갔겠지만 저는 왜 뜻이 다르지? 생각하고 단어장을 다시 꺼내서 들춰보고 했던 터라 시간이 배로 걸렸습니다. 결국 단어장으로 단어만 공부했지만 그 단어암기조차도 전혀 효율적이지 않았던 거죠.
단어는 그 상황에 맞는 문맥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넘어가면 됩니다. 지금 모르더라도 괜찮습니다. 뒤에 또 나옵니다. 원어민들은 비슷한 문장 돌려씁니다.
문법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문법을 너무 몰라서 기초 문법이라도 공부하고 넘어가야겠다 생각하고 문법만 따로 공부하는건 그냥 시간낭비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미 우리는 충분한 문법을 학교 다닐 때 배웠으니까요. 그래도 나는 너무 몰라하시는 분은 제가 추천했던 영어회화를 위한 문법책을 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6. 영어를 일상생활에서 소비하자
국내파인 이상 항상 영어를 쓸 수 있는 환경에 놓일 순 없으니 우리가 강제로 주변 환경을 영어로 바꿔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루 종일 한국어만 쓰다가 갑자기 영어 모드로 전환하면 우리 뇌가 재빠르게 반응을 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활 속 아주 작은 것부터 실천해 볼 수 있을 텐데요, 가령 휴대폰 언어를 영어모드로 바꿔서 휴대폰을 사용할 때 해당 기능을 나타내는 단어만이라도 익숙해지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집안일할 때나 출퇴근 시간에 영어 관련된 소리를 백그라운드에 틀어놓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한국어 기사를 하나 읽었으면 비슷한 내용을 영어기사로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겠네요. 코리아헤럴드 등 한국 영자신문 사이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 한 번씩 찾아보시면 되겠습니다.
오늘은 제가 영어공부 초보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할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영어 공부를 시작하려고 마음먹으신 초보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 되셨길 바랍니다. 구체적인 영어공부 방법도 계속 들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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